Post

넷플릭스 '기리고' 앱 케이스 정리 | 마케팅인지 UX인지 헷갈리는 설계

드라마 속 가상 앱을 실제로 출시한 케이스. 공부하면서 이게 마케팅인지 경험 설계인지 계속 헷갈렸다.

넷플릭스 '기리고' 앱 케이스 정리 | 마케팅인지 UX인지 헷갈리는 설계

디지털 인사이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관련 글을 읽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죽음의 앱’을 실제 앱스토어에 출시했다는 이야기였는데, 처음엔 그냥 홍보용 이벤트 앱이겠거니 했다. 읽어보니 기능보다 세계관 구현에 집중한 설계가 눈에 띄었다. 특히 디자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선택들이 있어서 좀 더 정리해봤다.

1️⃣ 이게 뭐냐?

〈기리고〉는 소원을 빌면 죽음의 사자가 찾아온다는 설정의 넷플릭스 시리즈다. 작품 안에 실제로 사용되는 앱이 등장하는데, 제작사에서 이걸 실제로 구현해서 스토어에 올렸다.

앱 기능 자체는 단순하다. 셀프 카메라로 소원을 녹화하면 영상이 갤러리에 저장되는 방식이다. UI에는 합장한 손이 360도 회전하는 모션이 들어가 있고, 앱 개발자명도 실제 회사 이름 대신 작품 속 캐릭터 이름으로 등록됐다. 기능보다는 작품 세계관을 현실로 옮겨놓는 데 집중한 설계처럼 보였다.

스토어 리뷰에는 “타이머가 멈추지 않는다”, “소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고 한다. 팬들이 드라마 설정을 현실에서 연장하는 방식으로 반응한 거다. 포스터나 예고편 같은 일반적인 홍보와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

2️⃣ 내가 든 생각

이 케이스를 공부하면서 흥미로웠던 건 앱의 기능이 아니라 그 앱이 놓인 맥락이었다. 기능만 따지면 소원 녹화 앱은 별다른 게 없다. 그런데 이 앱은 기능이 유용해서 설치하는 앱이 아니라, 작품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설치하는 앱이라는 점이 달랐다.

👉🏻 ‘사용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세계관에 참여하기 위한 오브제’에 가까운 것 같았다.

합장 모션이나 캐릭터 이름 같은 디테일도 꾸밈이라기보다 세계관 유지 장치처럼 기능한 것 같다. 설계 관점에서 보면, 그런 디테일들이 없었다면 그냥 평범한 카메라 앱으로 끝났을 텐데, 그 차이가 팬들의 반응 방식 자체를 바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보면, 이 앱을 설계할 때 어떤 걸 기준으로 삼았을지가 궁금해졌다. 기능의 완성도인지, 작품 세계관 안에서의 일관성인지. 그 우선순위가 일반적인 앱 설계와는 아마 많이 달랐을 것 같다.

💡 여기서 드는 질문? 이 앱에서 ‘좋은 UX’는 뭘까. 기능이 유용하고 쓰기 편한 게 좋은 UX라면, 이 앱은 처음부터 그 기준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다. 맥락에 따라 UX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건지, 공부하면서 자꾸 걸렸다.

⭐️ 마지막으로, 이 케이스를 정리하며

정리해보니 이건 마케팅이라기보다 세계관 설계에 가까운 일이었다. 콘텐츠를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SNS 캠페인이나 예고편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앱을 만들어서 현실 공간으로 끌어들인 건 경험 자체를 연장하는 작업에 더 가까워 보였다. 마케팅인지 UX 설계인지 구분이 애매한 케이스였고, 그 경계가 이번에 가장 오래 걸린 질문이었다.


참고 원문: 현실로 들어온 죽음의 앱, ‘기리고’로 본 몰입형 마케팅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